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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 토목 현장 우수 저류지 시공에서는 빗물의 양을 조절하는 저류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빗물의 양이 아니라 빗물의 질을 다루는 시설, 초기우수처리시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도로와 주차장, 지붕 위에 쌓여 있던 흙먼지와 기름때, 타이어 가루 같은 오염물질이 처음 내린 빗물에 한꺼번에 씻겨 내려갑니다. 이 초기 빗물을 그대로 하천에 내보내지 않고 걸러서 내보내는 시설이 초기우수처리시설입니다. 법적으로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이라고 부르고, 택지조성 같은 개발사업에서는 우수관로가 하천으로 방류되기 전 단계에 설치합니다.
초기우수처리시설은 현장마다 형식이 다르다
초기우수처리시설은 현장마다 형식이 다릅니다. 표준시방서(KCS 61 60 10 하수도 강우유출 오염부하 저감시설)를 보면 크게 이렇게 나뉩니다.
- 저류형: 초기 빗물을 저류지에 모아 오염물질을 가라앉히는 방식
- 침투형: 침투 도랑 등으로 빗물을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방식
- 식생형: 풀밭 같은 식생여과대를 지나며 걸러지게 하는 방식
- 장치형: 여과재나 와류 장치 같은 설비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식
택지 현장에서는 하천 방류구 앞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여과 장치를 넣는 장치형을 많이 접했습니다. 다만 같은 장치형이라도 어떤 제품과 방식을 쓸지는 현장마다 달랐습니다.


형식은 설계 단계의 금강청 승인과 지자체 협의로 정해진다
형식이 현장마다 다른 이유는 설계 단계의 승인 과정에 있습니다. 초기우수처리시설은 그때그때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준공 후 시설을 넘겨받을 지자체와도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환경청은 오염물질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보고, 지자체는 넘겨받은 뒤 관리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현장은 이 과정을 거쳐 정해진 형식을 도면대로 시공하게 됩니다.
보통 지자체에서는 유지관리 비용이 덜 드는 형식을 선호합니다. 여과재를 자주 바꿔야 하거나 전기가 많이 드는 형식은 준공 후 해마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선호도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한 지자체에서 승인받은 형식이 다른 지자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앞 현장에서 본 형식이 다음 현장에서도 나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담당 부서를 정하는 데만 한참 걸렸다
어느 현장에서는 그 지자체에 초기우수처리시설이 처음 도입되는 경우였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시설을 협의하기도 전에, 지자체 안에서 어느 부서가 이 시설을 맡을지를 정하는 데만 엄청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하수 담당인지, 환경 담당인지, 하천 담당인지 서로 애매했던 겁니다.
아무래도 준공 후 관리할 시설이 하나 더 늘어나는 일이라 다들 맡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담당이 정해지지 않으니 협의 상대가 없고, 협의가 늦어지니 형식을 정하는 일도 그만큼 늦어졌습니다. 처음 도입되는 지자체라면 담당 부서부터 일찍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청주 현장: 구조물과 관급 처리시설은 함께 맞춰야 한다
장치형 초기우수처리시설은 보통 바깥 구조물과 안쪽 처리 장치를 따로 만듭니다. 특히 요즘은 처리 장치를 시공사가 설치하지 않고, 발주처가 관급으로 직접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사는 구조물만 만들고, 그 안은 발주처가 정한 전문업체가 채우는 구조입니다. 청주 현장에서도 바깥 콘크리트 구조물은 저희가 시공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처리 장치는 전문업체가 설치했습니다.
문제는 서로 상의 없이 각자 일을 진행했을 때 생겼습니다. 저희가 도면대로 구조물을 먼저 다 만들어 놓았는데, 나중에 전문업체가 처리시설 자재를 넣으려고 보니 반입구와 내부 공간이 맞지 않아 자재를 넣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구조물은 이미 콘크리트로 굳어 있으니 고칠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 뒤로는 두 가지 중 하나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구조물과 내부 시설물을 처음부터 같이 시공하든지, 아니면 구조물을 시공하는 중간중간 전문업체와 계속 협의하면서 개구부 위치와 크기, 앵커나 매입물 위치, 자재 반입 순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콘크리트를 치기 전에 맞춰 두는 것이 가장 싸고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세척수는 오수로, 도면에 없던 상수도·오수 연결
예전에는 빗물이 들어오면 장치를 거치면서 자동으로 걸러져 하천으로 나가는 구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상수도 물로 장치를 세척하고, 그 세척수는 오수관로로 연결해서 내보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습니다. 걸러진 오염물질을 씻어 낸 물을 다시 하천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오수관로로 돌리는 것이고, 환경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면서 생긴 변화로 보입니다.
그런데 초기우수처리시설은 하천 방류구 앞에 있어서 택지 안쪽의 상수도와 오수관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현장에서는 초기우수처리시설 주변에 상수도도 오수관로도 없었고, 가장 가까운 관로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저희 도면에 상수도와 오수를 연결하는 도면 자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처리시설이 관급이다 보니 저희도 구조물만 보고 연결 부분에는 신경을 덜 썼던 겁니다.
결국 상수도 인입관과 오수관로는 저희가 시공했습니다. 상수도는 먼 거리를 끌어와 연결했고, 오수는 거리가 멀어서 초기우수처리시설 안에 작은 펌프시설을 설치해 세척수를 오수관로까지 보내도록 했습니다. 설계에 없던 부분을 시공해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주처와 협의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관급 시설이라고 해서 시공사와 상관없는 것이 아닙니다. 처리 장치는 관급으로 들어와도, 그 장치를 돌리는 데 필요한 상수도와 오수 연결은 결국 현장 몫이 될 수 있습니다. 착공 초기에 우리 도면에 상수도·오수 연결이 들어 있는지, 가장 가까운 관로까지 거리가 얼마인지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우수처리시설 준설, 인수인계 전 필수
초기우수처리시설은 하천으로 방류하기 직전에 설치하는 시설이라, 현장 전체 우수관로를 타고 온 흙과 쓰레기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입니다. 퇴적물이 많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자체는 인수인계 전에 항상 준설을 요구했습니다. 표준시방서에도 저감시설은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퇴적물과 협잡물을 처리해야 하고, 준설한 슬러지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공사 중에는 택지 전체에서 흙탕물이 계속 흘러들어오니, 준공 직전에 한 번 더 준설할 비용과 일정을 처음부터 잡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류지 준설 때처럼 장비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라면 준설 방법도 미리 생각해 둬야 합니다.
도면의 경계를 챙겨야 하는 시설
초기우수처리시설은 콘크리트 구조물 하나만 보면 크게 어려운 공사가 아닙니다. 형식은 설계 단계에서 금강청과 지자체 협의로 이미 정해져 내려옵니다. 현장에서 어려운 것은 그 사이의 경계였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구조물과 관급으로 들어오는 처리 장치, 그리고 그 장치를 돌리는 데 필요한 상수도와 오수 연결처럼 누구 도면에도 확실히 들어 있지 않은 부분을 먼저 찾아내는 것이 이 시설의 핵심이었습니다.
우수관로가 빗물을 모으고, 저류지가 양을 조절하고, 초기우수처리시설이 질을 걸러서 하천으로 내보냅니다. 세 시설이 한 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보면, 어느 하나가 바뀔 때 나머지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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