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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 현장 옹벽 종류와 선택 기준에서 도로 주변 절토부에는 패널식 옹벽을 시공했다고 짧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로 보강토 옹벽, 콘크리트 옹벽, 옹벽 하자까지 차례로 정리했는데, 정작 패널식 옹벽은 아직 자세히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현장의 패널식 옹벽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청주 택지 현장에서는 앵커를 삽입하고 그라우팅 하는 PEM 패널식 옹벽을 시공했고, 의정부 현장은 강관파일을 삽입하는 자립식 옹벽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두 현장 모두 흙을 깎아 내려가면서 만드는 절토식 옹벽이었지만, 현장 조건이 달라 방식도 달랐습니다.
절토부 패널식 옹벽은 위에서 아래로 만든다
보강토 옹벽이나 콘크리트 옹벽은 보통 아래에서부터 쌓아 올립니다. 기초를 만들고, 그 위로 블록을 쌓거나 벽체를 세우면서 뒤채움을 해 나갑니다.
절토부는 반대입니다. 이미 있는 원지반을 깎아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옹벽도 위에서부터 한 단씩 만들어 내려옵니다. 한꺼번에 계획고까지 깎아 버리면 높은 절토면이 오랫동안 그대로 드러나서 사면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토부 옹벽은 "깎는 일"과 "보강하는 일"이 번갈아 진행됩니다. 한 단을 깎으면 바로 그 단을 보강하고, 보강이 끝나야 다음 단을 깎습니다. 절토 사면 관리는 토목 현장 절토 사면 안전관리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청주 택지 현장: 앵커 그라우팅 PEM 패널식 옹벽
청주 택지 현장의 도로 주변 절토부에는 PEM 패널식 옹벽을 시공했습니다. 깎아 낸 사면에 앵커를 삽입해 지반을 붙잡고, 그 앞에 공장에서 만든 프리캐스트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시공은 대략 이런 순서로 반복했습니다.
- 한 단 높이만큼 절토합니다.
- 절토면에 천공하고 앵커를 삽입합니다.
- 천공한 구멍에 그라우팅을 해서 앵커와 지반을 일체로 만듭니다.
- 전면에 프리캐스트 패널을 설치하고 앵커와 연결합니다.
- 다음 단을 절토하고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앵커입니다. 패널은 겉으로 보이는 면이고, 실제로 흙을 붙잡는 역할은 옹벽 뒤 지반 속으로 길게 들어간 앵커가 합니다. 그래서 앵커가 설계된 길이와 각도로 들어갔는지, 그라우팅이 제대로 채워졌는지가 품질을 좌우합니다.
그리고 이 방식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앵커가 옹벽 뒤쪽으로 길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주 현장은 절토부 뒤쪽으로 그만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정부 현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정부 현장: 지구계가 가까워 자립식 강관파일 옹벽
의정부 현장의 절토부는 옹벽 바로 뒤로 지구계가 가까이 있었습니다. 앵커를 쓰면 앵커가 옹벽 뒤 지반 속으로 길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만큼 들어가면 지구계를 넘어 인접 토지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업구역 밖의 땅속에 구조물을 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앵커 방식은 처음부터 선택지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현장은 앵커 없이 스스로 서는 자립식 PC판넬PC패널 옹벽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옹벽 뒤로 무언가를 길게 넣는 대신, 옹벽 위치에 강관파일을 지반 깊이 박아 두고 그 강관파일이 흙의 힘을 버티게 하는 구조입니다. 앞면에는 공장에서 만든 PC패널을 세우고, 강관파일과 패널을 연결철근으로 이어 하나의 벽처럼 움직이도록 합니다.
1편에서 지구계 근처에 역L형역 L형 옹벽을 쓰고, 경계 안쪽이 사면이라 기초 폭이 나오지 않을 때는 H파일 기초를 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의정부 현장의 자립식 옹벽도 같은 고민에서 나온 선택이었습니다. 옹벽은 결국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흙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 답이 현장마다 역 L형이 되기도, H파일이 되기도, 강관파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립식 PC판넬 옹벽의 시공 순서
설계된 시공순서도를 보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 옹벽 위치를 따라 강관파일 자리를 천공합니다.
- 천공한 구멍에 지름 318.5mm 강관파일을 0.75m 간격으로 삽입합니다.
- 강관파일과 천공 벽 사이에 몰탈을 주입하고, 땅속에 묻히는 근입부의 강관파일 안을 먼저 채웁니다.
- 강관파일 앞쪽을 터파기 해서 옹벽이 들어갈 면을 드러냅니다.
- 드러난 면에 부직포를 설치합니다.
- 판넬패널 아래 기초를 만들고, 강관파일과 패널을 이어 줄 연결철근을 설치합니다.
- 나머지 강관파일 안에 속채움 콘크리트를 타설합니다.
- PC패널을 세우고, 판넬과 부직포 사이를 골재로 뒤채움합니다.

옹벽 높이는 4.5~5.0m인데 강관파일 길이는 12.4m입니다. 눈에 보이는 벽보다 땅속에 박힌 부분이 훨씬 깁니다. 앵커처럼 옹벽 뒤 지반을 붙잡을 수 없으니, 그 대신 파일을 깊게 박아 땅속에서 버티는 힘으로 흙을 막는 구조입니다. 판넬 뒤의 부직포와 골재 뒤채움은 흙 알갱이는 막고 물은 아래로 빠지게 하는 배수층입니다.
소단 750mm에 벤치플륨관이 들어가지 않았다
의정부 현장의 자립식 옹벽은 한 번에 높게 세우지 않고 두 단으로 나눠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1단 옹벽과 2단 옹벽 사이에는 소단이 있었고, 그 폭은 750mm였습니다. 소단은 높은 사면이나 옹벽 중간에 두는 좁은 평지로,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옆으로 빼내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이 소단에는 300 ×300 크기의 벤치플륨관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벤치플륨관은 소단에 놓는 U자 모양의 배수로입니다.
그런데 설계도서를 검토하면서 단면을 겹쳐 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750mm 폭의 소단 안에 1단 옹벽의 강관파일 상단부와 2단 옹벽의 기초가 함께 들어오면서, 벤치플륨관이 들어갈 자리가 남지 않았습니다. 도면마다 따로 보면 각각 문제없어 보였지만, 한 단면에 모아 놓으니 서로 걸리는 구조였습니다.
이 문제는 시공 전 설계도서 검토 단계에서 발견해 발주처와 감리에 보고했고, 지금은 재설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관파일을 박고 기초까지 친 뒤에 알았다면 이미 만든 구조물을 손대야 했을 것입니다. 콘크리트 옹벽 시공 글에서 옹벽 도면의 배수구 위치와 토공 도면의 계획고를 같이 놓고 봐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결국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구조물 도면과 배수 도면을 한 단면에 겹쳐 보는 습관이 문제를 미리 잡아 줬습니다.
앵커 패널식과 자립식 강관파일, 무엇이 달랐나
| 구분 | 청주 택지 현장 | 의정부 현장 |
| 형식 | 앵커 그라우팅 PEM 패널식 옹벽 | 강관파일 자립식 PC판넬 옹벽 |
| 흙을 붙잡는 방법 | 옹벽 뒤 지반 속으로 들어간 앵커 | 옹벽 위치에 깊이 박은 강관파일 (길이 12.4m) |
| 선택한 이유 | 옹벽 뒤로 앵커가 들어갈 여유가 있었음 | 지구계가 가까워 앵커를 쓸 수 없었음 |
| 전면 마감 | 앵커와 연결한 프리캐스트 패널 | 연결철근으로 강관파일과 이은 PC판넬 |
| 공통점 | 흙을 깎아 내려가며 만드는 절토식 옹벽 | |
절토부 옹벽에서 공통으로 챙겨야 할 것
방식은 달라도 절토부 옹벽에서 공통으로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배수입니다. 절토부는 원지반을 깎은 곳이라 사면 안쪽에서 지하수나 빗물이 스며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널 뒤로 물이 고이면 옹벽에 수압이 걸리기 때문에, 배면 배수가 실제로 빠져나갈 곳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옹벽을 여러 단으로 나눴다면 소단의 배수로가 실제로 들어갈 공간이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보강토 옹벽 글에서 이야기한 단양 현장의 배수 문제, 콘크리트 옹벽 글에서 이야기한 배수구 높이 문제, 그리고 의정부 현장의 벤치플륨관 문제까지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둘째는 지구계 확인입니다. 의정부 현장처럼 옹벽 뒤가 바로 경계라면, 옹벽 본체뿐 아니라 앵커나 파일처럼 땅속으로 들어가는 부분까지 경계 안에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벽체만 보고 판단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셋째는 절토 순서입니다. 한 단을 깎고 보강하기 전에 다음 단을 먼저 깎으면, 보강되지 않은 절토면이 높게 드러나게 됩니다. 공정이 급할수록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옹벽 시리즈를 마치며
이번 패널식 옹벽까지 해서 1편에서 소개한 네 가지 옹벽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지구계 근처의 역 L형 옹벽, 하천의 역 T형 옹벽, 높은 성토부의 보강토 옹벽, 그리고 절토부의 패널식 옹벽까지 형식은 달랐지만, 결국 모든 옹벽은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흙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물은 어디로 뺄 것인지, 그리고 경계를 넘지 않을 수 있는지입니다.
청주 현장과 의정부 현장의 패널식 옹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 절토부, 같은 패널식이라도 경계까지의 거리 하나 때문에 앵커가 강관파일로 바뀌었습니다. 현장에서 옹벽 형식을 볼 때 도면에 그려진 형식만 보지 않고, 왜 그 형식이 그 자리에 들어갔는지까지 생각해 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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