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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조성 현장을 돌다 보면 생각보다 옹벽이 정말 많습니다. 땅의 높낮이를 맞추다 보면 높이 차이가 생기는 곳마다 흙을 붙잡아 줄 구조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장을 다니다 보면 같은 옹벽이라도 위치마다 형식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구계 근처에는 역L형 옹벽이 있고, 하천 쪽에는 역T형 옹벽, 높은 성토부나 교량 주변에는 보강토 옹벽, 도로 주변 절토부에는 패널식 옹벽이 들어가는 식입니다.
제가 공사했던 청주 현장에서도 한 현장 안에 이 네 가지 형식의 옹벽을 모두 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옹벽 높이에 따라 형식이 정해지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경계가 어디인지, 물이 닿는 곳인지, 주변 구조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흙을 깎는 곳인지 쌓는 곳인지 등 여러 조건을 함께 봐야 했습니다.
물론 실제 옹벽 형식은 높이뿐만 아니라 지반조건, 배면하중, 배수, 기초지반, 안정성, 시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설계에서 결정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현장에서 어떤 조건 때문에 각각의 옹벽 형식을 접했는지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토공사 전체 흐름은 토목 현장 토공사 시공순서 (절토, 성토, 다짐) 글을, 절토부 관리는 토목 현장 절토 사면 안전관리 (측량, 배수, 계측관리) 글을 함께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지구계 근처에는 역L형 옹벽
택지조성공사에서 지구계는 사업구역의 경계입니다. 공사는 이 경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옹벽을 설치할 때도 구조물과 기초가 경계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역L형 옹벽은 일반 L형과 반대로 기초가 벽체 앞쪽으로만 나가고, 흙이 있는 배면 쪽으로는 나가지 않는 형태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사용했던 역L형 옹벽도 이런 지구계 조건 때문에 적용했습니다. 옹벽 배면 쪽으로 기초를 넓게 확보하기 어려운 구간에서 기초를 사업구역 안쪽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입니다.
지구계 근처에서는 옹벽 자체의 위치뿐만 아니라 기초가 차지하는 공간까지 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옹벽 형식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기초 일부가 경계 밖으로 나가게 되면 인접 토지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계 근처 옹벽은 시공 전에 경계 측량을 확실하게 하고, 설계도면의 옹벽 위치와 실제 현장 경계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경계 안쪽이 사면이면 H파일 기초를 적용하기도 한다
지구계 근처에는 옹벽과 함께 방음벽을 설치하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계 바로 안쪽으로 사면이 내려가는 곳에서는 역L형처럼 기초판을 넓게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H파일을 땅속에 천공해 넣어 기초로 사용했습니다. 넓은 기초판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신 깊은 지반까지 H파일을 설치해 구조물을 지지하는 방식입니다.
기초가 차지하는 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면 위쪽에 방음벽을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도로변 방음벽에서도 이런 방식의 기초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H파일은 옹벽의 한 종류라기보다는 기초 형식에 해당합니다.
설계에 없던 암이 나오면 공정이 달라진다
H파일 기초 공사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설계도서상으로는 암이 없는 구간이었는데 실제 천공을 해보니 중간에서 암이 나왔습니다. 지반조사는 일정한 위치에서 시추를 통해 지반을 확인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조사 위치와 조사 위치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지층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이 나오면 일반 오거로는 천공이 어려워집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암을 천공할 수 있는 T4 같은 장비로 변경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계획했던 장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장비를 다시 수배해야 했습니다.
장비가 들어오기 전까지 해당 작업이 멈추면서 공정도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 일을 겪은 뒤로는 H파일처럼 천공이 필요한 공사는 설계도서에 암이 없더라도 주변 지형이나 인근 절토부에서 암이 나왔는지 미리 확인하게 됐습니다.
설계와 다른 지층이나 암이 확인되면 현장에서 임의로 공법을 바꾸기보다는 감독관에게 바로 보고하고 확인을 받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후 공사비나 공기와 관련된 설계변경을 검토할 때 현장에서 확인한 자료가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천 구간에는 역T형 옹벽
하천과 맞닿는 구간에서는 역T형 옹벽을 시공했습니다. 역T형 옹벽은 벽체를 중심으로 기초판이 배면과 전면으로 형성되는 형태로, 기초와 배면토 등을 이용해 옹벽의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설계합니다.
하천 구간은 일반적인 택지 내부 옹벽과 조건이 다릅니다. 평소에는 물이 옹벽 앞을 흐르고, 비가 많이 오면 수위가 올라가 옹벽과 기초 주변에 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하천물이 빠르게 흐르는 구간에서는 옹벽 앞쪽 바닥이 깎이는 세굴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옹벽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초의 근입과 옹벽 전면의 하상 보호까지 함께 검토해야 했습니다.
시공 순서도 일반 옹벽과 달랐습니다. 물이 흐르는 상태에서는 기초 터파기와 콘크리트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가물막이와 물돌리기를 통해 작업 공간을 확보한 뒤 터파기와 기초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천 작업 공간 확보는 토목 현장 하천 가물막이 시공 (물돌리기, 가체절, 우기 대응) 글에서, 하천 바닥 기초 처리는 토목 현장 하천 기초공사 (연약지반, 침투수, 호안블록 시공)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높은 성토부에는 보강토 옹벽
높이가 큰 성토부에서는 보강토 옹벽을 많이 시공했습니다. 제가 공사했던 청주 현장에서는 15m가 넘는 구간에도 보강토 옹벽을 적용한 곳이 있었습니다.
보강토 옹벽은 전면에 블록이나 패널을 설치하고 그 뒤에 보강재를 층층이 포설하면서 뒤채움재를 다져 올리는 방식입니다. 콘크리트 벽체 하나가 흙을 버티는 방식과 달리 보강재와 뒤채움 흙이 함께 보강토체를 구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높은 옹벽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면 벽체와 기초의 규모가 커집니다. 반면 보강토 옹벽은 성토와 보강재 포설을 함께 진행하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경제성이나 시공성 측면에서 유리했습니다.
보강토 옹벽에서 제가 현장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결국 뒤채움과 다짐이었습니다. 블록만 잘 쌓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강재를 설계 위치에 맞게 설치하고 뒤채움재를 균일하게 포설하면서 충분히 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건설기준에서도 보강토 옹벽은 전면벽체, 보강재, 뒤채움 흙 등을 주요 구성요소로 보고 있으며, 외적 안정과 내적 안정, 배수 등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KDS 11 80 10 보강토옹벽에서 관련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량 주변에도 보강토를 적용했다
교량 주변에서는 교대 양옆의 날개벽과 연결되는 부분에도 보강토 옹벽을 적용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보강토를 시공하는 것보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교대와 보강토 옹벽이 만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중요했습니다. 서로 다른 구조물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설계도면의 상세를 확인하고 보강재와 구조물의 간섭이 없는지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교대 시공은 토목 현장 교량 교각·교대 시공 (철근, 콘크리트, 버팀보 간섭) 글을 참고해 주세요.
도로 주변 절토부에는 패널식 옹벽
앞의 옹벽들이 주로 성토부에서 흙을 지지하는 구조물이었다면, 도로 주변의 절토부에서는 패널식 옹벽을 시공했습니다.
절토부는 이미 있는 원지반을 깎아 내려가는 곳이기 때문에 성토부처럼 아래에서부터 옹벽을 쌓아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단씩 절토하면서 사면을 보강하고 전면에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시공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시공했던 패널식 옹벽은 쏘일네일 또는 앵커를 이용해 절토사면을 보강하고 전면에 프리캐스트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한 단 높이만큼 절토합니다.
- 사면에 천공하고 쏘일네일 또는 앵커를 삽입한 뒤 그라우팅합니다.
- 전면에 프리캐스트 패널을 설치합니다.
- 다음 단을 절토하고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시공하면 절토한 사면을 장시간 그대로 노출시키지 않고 바로 보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절토부는 지하수나 빗물이 사면으로 스며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배면 배수가 중요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사면이나 구조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배수시설을 설계도면과 현장 조건에 맞게 확인해야 합니다.
절토부 사면 관리는 토목 현장 절토 사면 안전관리 (측량, 배수, 계측관리)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현장에서 옹벽 형식을 볼 때는 위치부터 본다
| 형식 | 청주 현장 적용 위치 | 현장에서 본 적용 이유 | 중요했던 부분 |
| 역L형 옹벽 | 지구계 근처 | 경계 조건에 맞춰 기초 공간 확보 | 경계 측량, 옹벽 위치 |
| 역T형 옹벽 | 하천 구간 | 하천 조건을 고려한 안정성 확보 | 가물막이, 기초, 세굴 |
| 보강토 옹벽 | 높은 성토부, 교량 주변 | 현장 조건에 따른 경제성·시공성 | 보강재, 뒤채움, 다짐, 배수 |
| 패널식 옹벽 | 도로 주변 절토부 | 절토와 보강을 단계적으로 시공 | 단계별 시공, 사면, 배면 배수 |
H파일 기초는 위 네 가지 옹벽 형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경험한 현장에서는 지구계 안쪽에 사면이 있어 일반적인 기초 폭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간의 방음벽 기초에 적용했습니다. 결국 옹벽이나 방음벽 모두 주변 공간과 지반조건에 따라 기초 형식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옹벽은 높이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옹벽은 겉으로 보면 단순히 흙을 막아주는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지구계 근처에서는 기초가 경계를 넘어가지 않는지가 중요했고, 하천에서는 물과 세굴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높은 성토부에서는 보강토 옹벽의 보강재와 뒤채움 다짐이 중요했고, 절토부에서는 사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단계별로 보강할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H파일 기초 공사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암이 나왔던 것처럼 땅속 조건은 설계도서와 실제 현장이 항상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도면만 보는 것보다 실제 지형과 지반, 배수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설계도면에 정해진 형식을 정확하게 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형식이 왜 그 위치에 적용되었는지를 알고 있어야 시공 중에 생기는 문제에도 대응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옹벽 설계와 관련한 최신 기준은 국가건설기준센터(KCSC) 지반 설계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옹벽은 KDS 11 80 05, 보강토옹벽은 KDS 11 80 10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으며, H파일과 같은 깊은기초는 KDS 11 50 15 깊은기초 설계기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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