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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을 넘기면 토목 현장에서는 슬슬 겨울 걱정이 시작됩니다. 아침저녁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공정표를 다시 펼쳐 놓고, 콘크리트 타설이 남은 구조물이 어디인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겨울 콘크리트는 여름보다 신경 쓸 것이 훨씬 많습니다. 제대로 굳기 전에 얼어 버리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강도가 나오지 않고, 그 결과는 봄이 되어서야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절기 콘크리트를 시공하면서 제가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동절기 콘크리트, 언제부터 한중콘크리트일까
겨울에 치는 콘크리트를 기준에서는 한중콘크리트라고 부릅니다. 국가건설기준에서는 타설일의 일평균기온이 4℃ 이하이거나, 타설 후 24시간 동안 일최저기온이 0℃ 이하로 예상될 때, 또는 그 이후라도 초기동해 위험이 있으면 한중콘크리트로 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중콘크리트는 필요한 압축강도가 나올 때까지 콘크리트 온도를 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그 강도에 도달한 뒤에도 2일 동안은 구조물 어느 부분이든 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구조물의 모서리나 가장자리는 보온이 어려워 초기동해를 받기 쉬우니 더 주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KCS 14 20 40 한중 콘크리트).
현장 감각으로 말하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는 콘크리트 타설이 있는 날마다 일기예보를 몇 번씩 확인하게 됩니다.
청주시 전체가 난리 났던 L형 측구 동해
동절기 콘크리트 하면 지금도 먼저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청주의 한 현장에 있을 때, 그해 겨울에 타설 한 L형 측구 콘크리트에 동해가 생겼습니다. 정확히 몇 년도였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때의 분위기는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문제는 우리 현장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해 겨울 청주시 전체의 L형 측구에서 비슷한 동해가 나타나면서 여러 현장이 한꺼번에 난리가 났습니다. 원인을 찾느라 한동안 발주처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현장마다 시공 방법이나 양생에 문제가 없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습니다.
결론은 레미콘 회사의 품질 문제로 정리됐습니다. 여러 현장에서 같은 시기에 같은 문제가 나타난 것이 결정적인 단서였습니다. 그래도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공사 입장에서는 우리 현장의 시공이나 양생 기록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 보여 줘야 했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겨울에는 레미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의 상태와 타설·양생 기록을 더 꼼꼼히 남기게 됐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가려 주는 것은 결국 그날의 기록이었기 때문입니다.
보온양생은 비닐을 먼저 덮고 천막을 씌운다
동절기 콘크리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보온양생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해 온 순서는 이렇습니다.
- 타설한 콘크리트 위에 비닐을 먼저 덮습니다.
- 그 바깥으로 천막을 씌워 찬바람을 막고 내부 공간을 만듭니다.
- 천막 안에 열풍기나 난로를 두어 온도를 유지합니다.

여기서 비닐을 빼먹으면 안 됩니다. 열풍기나 난로로 천막 안을 데우면 콘크리트 속 수분이 생각보다 빨리 날아가 버립니다. 콘크리트는 수분이 있어야 굳으면서 강도가 나오는데, 온도만 올리고 수분을 잃으면 표면이 갈라지거나 강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준에서도 콘크리트에 열을 가할 때는 급격히 건조하거나 국부적으로 가열되지 않도록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비닐은 보온보다 수분을 지키는 역할이 더 크다고 보면 됩니다.
갈탄 가스에 쓰러질 뻔했던 날
예전 현장에서는 보온양생에 갈탄을 많이 썼습니다. 값이 싸고 열이 오래가서 천막 안에 갈탄 난로를 피워 두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갈탄은 태울 때 일산화탄소 같은 유독가스가 나옵니다. 저도 갈탄을 피워 둔 천막 안에 온도를 체크하러 들어갔다가 가스 때문에 쓰러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천막 안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 좁은 공간이라 가스가 그대로 차 있었던 것입니다.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런 위험 때문에 요즘 현장에서는 갈탄을 거의 쓰지 않고, 열풍기나 난로를 주로 씁니다. 그래도 밀폐된 천막 안에서 열원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양생 중인 천막에 들어갈 때는 환기를 먼저 하고 혼자 들어가지 않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동절기 공정은 중요한 구조물을 피해서 짠다
아무리 보온양생을 잘해도 겨울 콘크리트는 위험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동절기 구간에는 공기가 아주 급하지 않으면 중요한 구조물은 타설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 겨울에는 간단한 구조물 위주로 타설하고, 구조물이 없는 공사를 중심으로 공정을 짭니다. 중요한 구조물은 가을 안에 최대한 끝내 두거나, 봄으로 미루는 식입니다. 동절기 공정 계획은 결국 "겨울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늘 계획대로 가지는 않습니다. 준공 일정이 빠듯하거나 다른 공정이 밀려 있으면, 겨울이라도 어쩔 수 없이 타설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보온양생을 평소보다 훨씬 꼼꼼하게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보온양생비, 계상되지 않을 때도 있다
현장에서 겨울 타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용입니다. 비닐과 천막, 열풍기와 연료, 그리고 밤새 온도를 확인하는 인력까지 보온양생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이 보온양생비가 공사비에 계상되어 있으면 다행인데, 계상해 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공기 때문에 겨울에 타설해야 하는데 보온양생비가 반영되어 있지 않으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현장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동절기 타설이 예상되는 공정이라면, 미리 발주처와 보온양생비 반영 여부를 협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 콘크리트는 기록과 계획이 반이다
돌아보면 동절기 콘크리트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기술보다 기본이었습니다. 겨울에 무엇을 치고 무엇을 미룰지 미리 정하고, 타설 한 콘크리트는 비닐과 천막으로 덮어 온도와 수분을 함께 지키고, 그날그날의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청주의 L형 측구 동해 때처럼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가려 주는 것은 결국 기록이고, 갈탄 가스 사고처럼 사람을 지키는 것은 작은 습관입니다. 올겨울 현장을 준비하는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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