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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현장의 토공사는 공정 초기에 이루어집니다. 땅을 깎다 보면 흙만 나오는 현장도 있지만, 어느 깊이부터 단단한 암이 나오기 시작하는 현장도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현장 중 암이 가장 많이 나왔던 곳은 청주 현장이었습니다. 발파암이 워낙 많이 나와 현장 안에 크러셔를 설치해 골재까지 생산했을 정도였습니다.
암이 많이 나오면 단순히 굴착 장비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암판정부터 발파공법 결정, 주변 건축물과의 협의, 민원 대응, 발파석 활용까지 여러 가지를 함께 챙겨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청주 현장에서 경험했던 일을 중심으로 암 절토와 발파 과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암 절토, 설계 암선과 실제 지반은 달랐다
설계도면에는 지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토사와 암의 경계를 나타내는 암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6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설계 암선이 실제 지반과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는 제한된 지점의 시추 결과를 바탕으로 지층 분포를 추정하기 때문에, 실제로 땅을 깎아 보면 암이 예상보다 일찍 나오기도 하고 더 깊이 들어가야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설계와 실제 지반이 다르면 암의 종류와 분포를 확인하고, 설계도서와 계약조건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암판정과 물량 확인을 진행해야 합니다. KCS 11 20 10 깎기에서도 깎기 재료의 분류와 암판정 관련 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LH 현장에서는 암이 확인되면 시편 시험과 발주처 검측을 거쳐 암의 상태와 물량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풍화암·연암·경암처럼 암의 상태를 구분하는 것과, 토사·리핑암·발파암처럼 시공방법에 따라 재료를 분류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암 물량은 공사비와 공정에 바로 연결됩니다.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암이 나오거나 예상 물량과 차이가 생기면 현장 사진과 측량 결과, 검측 자료를 남기고 발주처와 협의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합니다. 암이 확인된 날짜와 위치, 실제 굴착 상태를 꼼꼼히 기록해 두면 나중에 물량과 공사비를 확인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발파공법은 주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암을 굴착하는 방법은 암의 상태뿐 아니라 주변 건축물과 시설물, 발파 구간의 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주변에 건축물이 가까이 있다면 발파 진동과 소음뿐 아니라 암 편이나 흙 같은 비산물이 현장 경계 밖으로 날아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청주 현장은 시가지와 가까운 곳이었는데도 설계에는 대규모 발파가 계획된 구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가지 주변에서 대규모 발파를 하면 비산물이 현장 경계 밖으로 튈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발파공법을 다시 검토하게 됐습니다.
이후 시험발파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발주처와 협의해 일반발파로 변경해 시공했습니다. 설계도면에 발파공법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변 여건에 맞는 공법을 검토하고, 시험발파 결과를 확인한 뒤 관계기관 및 발주처와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또 하나 변수가 되는 것이 보상입니다. 토공사는 공정 초기에 진행되기 때문에 발파를 시작할 때까지 보상이 끝나지 않은 건축물이나 축사가 현장 안팎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 당시 철거될 것으로 예상했던 건축물이 발파 시점까지 남아 있으면 실제 이격거리를 다시 확인하고, 발주처와 협의해 발파공법과 작업 계획을 다시 정해야 합니다.
화약류는 반입부터 잔여량까지 관리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화약류 운반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화약을 운반할 때 경찰이 차량에 함께 타고 이동을 관리했습니다. 이후에는 GPS 장치로 운반차량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같은 화약이라도 관리하는 방식은 기술과 제도에 따라 계속 달라져 왔습니다.
화약류는 반입할 때부터 사용량과 잔여량까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했습니다. 당일 사용할 화약만 반입하고, 쓰고 남은 화약은 무조건 반납했습니다. 비가 오거나 다른 사정으로 발파를 하지 못해도 남은 화약을 현장에 두었다가 다음 날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표준시방서에도 화약과 뇌관은 따로 보관하고 잔여량은 반드시 반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화약류는 일반 건설자재처럼 현장에 쌓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물품이 아닙니다. 발파 작업에서는 공법을 정하는 것만큼 화약류의 반입과 사용, 반납까지 관리하는 과정도 중요했습니다.
발파 민원은 사전 조사와 기록이 중요하다
시가지 주변에서 발파를 하면 민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청주 현장에서도 발파 민원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발파 시간이 되면 제가 매일 민원인 집을 방문해 그날의 발파 위치와 작업 내용을 설명했고, 발파가 끝날 때까지 그 집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발파 시간에는 현장보다 민원인 집이 제 근무지였던 셈입니다.
발파할 때마다 진동과 소음을 계측했고, 발파 전에는 주변 건축물의 균열 상태를 조사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이 있어야 발파 이후 민원이 생겼을 때 원래 있던 균열과 새로 생긴 변화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사전 조사와 계측 기록은 민원인과 시공사 모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근거가 됩니다.
발파 덮개 위의 흙이 차량에 튄 사고
발파하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고가 한 번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 안에는 버스회사가 남아 있었고, 발파 지점도 그 근처였습니다. 그날은 발파 덮개를 설치하고, 더 안전하게 하려고 덮개 위에 흙까지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발파하는 순간 덮개 위에 올려놓았던 흙이 비산하면서 버스회사 근처에 있던 차량에 튀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올려놓은 흙이 오히려 날아가는 재료가 된 것입니다. 다행히 사전에 보험에 가입해 두어 비용 부담은 크지 않았지만, 자칫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덮개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덮개의 종류와 설치 상태뿐 아니라 덮개 위에 올리는 재료, 주변 차량과 사람의 위치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발파석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발파암이 많이 나오면 처리부터 걱정이 되지만, 청주 현장에서는 오히려 활용할 곳이 많았습니다.
- 골재 생산: 현장에 크러셔를 설치해 발파석을 파쇄하고 골재를 생산했습니다.
- 성토재: 품질과 설계조건에 맞는 암을 성토에 활용했습니다.
- 하천 호안: 하천에 발파석을 쌓아 보호용으로 활용했습니다.
- 사면 보호: 사면에 발파석을 쌓아 보호공으로 활용했습니다.
- 저류지 호안: 저류지 시공 글에서 다룬 것처럼, 현장에서 발생한 발파석으로 돌붙임을 시공했습니다.

현장에서 다 쓰고도 남은 발파석은 LH를 통해 반출한 적도 있습니다. 설계보다 암이 많이 나오면 처음에는 공정과 공사비 걱정이 앞서지만, 활용할 곳을 미리 검토해 두면 발파석은 처리해야 할 부산물이 아니라 현장의 자원이 됩니다.
발파로 만들어진 절토 비탈면은 녹화공법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암을 깎는 작업만 끝났다고 토공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면 안정과 배수, 주변 환경까지 정리해야 비로소 공정이 마무리됩니다.
발파는 기술만큼 협의와 기록이 중요하다
돌아보면 암 절토와 발파에서 어려웠던 것은 굴착이나 발파 작업 자체만이 아니었습니다. 암판정을 위한 발주처 검측, 발파공법 변경을 위한 경찰서 협의와 시험발파, 보상이 끝나지 않은 건축물과의 거리 검토, 그리고 매일 찾아갔던 민원인 집까지, 발파 한 번을 진행하기 위해 확인하고 조율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발파가 있는 현장에서는 공법과 장비만큼 사전 균열 조사, 계측 기록, 화약류 관리, 보험과 민원 대응도 중요합니다. 발파는 짧은 순간에 끝나지만, 그 순간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준비와 기록은 공사 기간 내내 이어집니다.
참고 자료: 국가건설기준센터 KCS 11 20 10 깎기, 국가법령정보센터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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