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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실무/토공사

토목 현장 비탈면 보호공 (줄떼, 평떼, CODRA, 대생토공법)

26년차 토목기술자 2026. 10. 21. 11:32

목차


    토공사가 끝나 갈 무렵이면 현장 곳곳에 맨흙이 드러난 비탈면이 남습니다. 깎은 비탈면도, 쌓은 비탈면도 그대로 두면 비가 올 때마다 표면이 씻겨 내려가고 골이 파입니다. 흘러내린 흙이 소단배수구나 측구를 메우면 배수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이렇게 노출된 비탈면을 보호하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마무리하는 공사가 비탈면 보호공입니다.

    앞선 글 토목 현장 절토 사면 안전관리에서는 비탈면을 깎는 동안의 측량과 배수, 계측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비탈면을 만든 뒤 마무리하는 보호공을 흙 비탈면과 암 비탈면으로 나눠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다닌 현장 중 비탈면 보호공 물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청주 현장이었습니다. 성토 비탈면부터 발파 비탈면까지 종류가 다양했고, 비탈면의 토질과 높이, 경사에 따라 여러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번 글은 당시 현장에서 검토하고 시공했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비탈면 보호공, 녹화와 구조물 보호공으로 나뉜다

    표준시방서에서는 비탈면 보호공사를 KCS 11 73 15 비탈면녹화, KCS 11 73 05 격자블록 및 돌(블록) 붙이기, KCS 11 73 10 콘크리트 뿜어 붙이기 세 가지로 나눕니다. 크게 보면 풀과 나무로 덮는 녹화, 그리고 블록이나 콘크리트로 덮는 구조물 보호공입니다.

    청주 현장에서는 비탈면을 성토부와 절토부, 토사와 암, 그리고 높이 6m를 기준으로 나눠 네 가지 녹화공법을 적용했습니다. 공법 검토 때 정리한 선정 결과는 이렇습니다.

    공법 청주 현장 적용 구간 특징
    줄떼 성토부 토사
    높이 6m 이하
    가장 경제적, 완전히 덮이기까지 오래 걸림
    평떼 절토부 토사
    높이 6m 이하
    시공 직후 녹화, 인력이 많이 듦
    CODRA 공법 토사
    높이 6m 이상
    생육보조재로 원지반에 뿌리 내리도록 유도
    생태복원 대생토공법 암 구간 식생기반재 뿜어붙이기, 재래 초본·목본 위주 녹화

    낮은 토사 비탈면에는 경제성을 고려해 떼붙임을 적용했습니다. 반면 높은 비탈면은 떼로 전체를 덮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식생이 충분히 자리 잡기 전에 비가 오면 표면이 씻겨 내려갈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높은 토사 비탈면에는 유기질 재료와 화이버, 임목파쇄칩으로 만든 생육보조재를 덮는 CODRA 공법을 썼습니다.

    암 구간에서도 CODRA 공법을 검토했지만, 발파암의 절리나 균열층이 있는 부분은 녹화가 어려웠고 발파암 구간에서는 단가도 대생토공법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암 구간에는 생태복원 대생토공법을 적용했습니다. 공법 선정 검토서에는 사업지구의 여건과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고 적었습니다.

    기준에서 먼저 짚는 것은 녹화는 안정한 경사로 시공한 비탈면에 한다는 점입니다. 녹화는 표면 침식을 막는 공사이지 비탈면을 붙잡아 주는 공사가 아닙니다. 비탈면 자체가 불안하면 네일이나 앵커 같은 보강공이 먼저이고, 토질이나 경사가 식물이 자랄 조건이 안 되면 다른 보호공법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 대상입니다. 택지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비탈면이 녹화로 끝나고, 녹화로 감당이 안 되는 구간에만 구조물 보호공이 들어갑니다.

    줄떼·평떼와 CODRA, 흙 비탈면 녹화는 시기가 반이다

    흙 비탈면에서 가장 흔한 것이 떼붙임과 종자 뿜어 붙이기입니다. 떼붙임은 흙이 붙은 잔디를 바로 붙여서 시공하자마자 녹화가 되는 방식이고, 종자 뿜어 붙이기는 종자와 비료, 섬유, 접착제를 물에 섞어 기계로 뿌리는 방식입니다. 기준상 떼붙임은 잔디가 자라기 좋은 흙 비탈면이면서 경사가 1:1보다 완만할 때 씁니다.

    • 평떼 붙이기: 30×30×3cm 잔디를 비탈면 전면에 틈새 없이 붙이고, 줄눈이 십자로 겹치지 않도록 어긋나게 붙입니다. 기준상 잔디 1매당 떼꽂이 2개 이상으로 고정하는데, 현장에서는 보통 대나무 꼬챙이를 씁니다. 흙을 얇게 덮어 달구판으로 두들겨 밀착시킵니다. 초장이 짧아 보기 좋지만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붙여야 해서 인력이 많이 들고 공기도 깁니다.
    • 줄떼 붙이기: 청주 현장에서는 성토 비탈면에 객토를 하고 약 30cm 간격으로 단을 만들어, 15~20cm 폭의 줄떼를 수평으로 심어 올라갔습니다. 잔디 사이 간격에 따라 1/2줄떼, 1/3줄떼로 나뉩니다. 가장 경제적이지만 비탈면 전체가 덮일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 종자 뿜어 붙이기: 표면 잡석을 걷어 내고 면정리를 한 뒤, 건조하면 물을 1~3L/㎡ 미리 뿌리고 뿜어 붙입니다. 뿜은 뒤에는 섬유가 비탈면 전체에 고루 덮여 있어야 합니다.

    녹화에서 공법만큼 중요한 것이 시기입니다. 기준에서는 떼 붙이기는 12월~2월을 빼고 연중 가능하되 3월~4월과 10월~11월을 적기로, 종자 뿜어 붙이기는 11월~2월을 빼고 보통 3월~6월, 8월~10월에 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25℃를 넘는 한여름은 건조 피해가 크고, 10℃ 아래로 떨어지면 동상으로 들뜨고 흘러내리기 쉽습니다.

    문제는 공정이 녹화 시기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토공이 늦어지면 비탈면 마무리는 늘 늦가을이나 한여름으로 밀립니다. 기준은 이럴 때 건조나 동절기에 강한 식생매트 같은 공법을 쓰도록 하고 있고, 종자뿜어붙이기는 파종 후 3개월 안에 60% 이상 발아하지 않으면 재파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0월 이후에 뿌린 구간은 이듬해 6월 초순 전에 재파종 여부를 정합니다. 늦가을에 급하게 뿌린 비탈면이 이듬해 봄 준공 검사 때 듬성듬성한 채로 남아 다시 뿌리게 되는 이유입니다.

    현장에서는 달력만큼 일기예보를 봤습니다. 비 예보가 있으면 비 오기 3~4일 전에 시공을 마쳐야 발육이 잘됩니다. 시공한 뒤 내리는 비가 떼와 씨앗에 물을 대 주기 때문입니다. 예보를 보고 녹화 작업 일정을 앞당기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씨앗으로 녹화하는 공법은 시공한 뒤에도 시기 문제가 따라옵니다. 녹화를 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비탈면에 유독 한 가지 꽃만 피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주 현장의 CODRA 구간에서도 그랬습니다. 발주처에서는 시공을 잘못한 것 아니냐며 항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녹화 종자에는 꽃도 있고 나무도 있습니다. 꽃 종자도 종류마다 발아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시기에는 먼저 올라온 그 꽃만 보일 수 있습니다. 시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종자별로 발아하는 속도가 달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발주처에는 농사에 빗대어 설명하는 문서를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도 작물마다 심는 시기와 거두는 시기가 다르듯, 녹화 종자도 꽃마다 올라오는 시기가 다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준에서도 외래종자와 재래종자를 적정 비율로 섞되, 서로 경합하거나 한쪽이 다른 쪽을 눌러 버리지 않도록 배합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녹화는 시공한 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이 시기를 달리해 차례로 올라오면서 군락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한 계절 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대생토공법, 암 비탈면 녹화는 더디게 자란다

    발파로 깎은 암 비탈면은 흙이 없으니 종자만 뿌려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흙 역할을 하는 생육기반재에 종자를 섞어 두껍게 뿜어 붙이는 식생기반재 뿜어붙이기를 씁니다. 기준상 1:0.5 전후의 암 비탈면에 건식으로 시공할 때 두께는 0.1~0.15m가 기준이고, 최소 두께는 설계두께의 80% 이상이어야 합니다. 뿜어붙이기 전에는 기반재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비탈면에 말뚝이나 철근을 ㎡당 3~4개 정도 박고 철망을 씌웁니다. 암 비탈면 전체를 덮기보다는 균열과 움푹 파인 곳을 중심으로 녹화해 주변 산과 어울리게 하라는 것도 기준에 있는 내용입니다.

    청주 현장은 암이 워낙 많이 나와 발파 비탈면이 길게 생겼습니다. 이 암 구간에 쓴 것이 생태복원 대생토공법입니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비탈면에 식생기반재를 뿜어붙이는 공법으로, 재래 초본과 목본류 위주로 녹화가 되어 주변 산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장점입니다. 바탕에 까는 망은 암질에 따라 달리해서, 리핑암에는 섬유네트 5T, 발파암에는 능형망 7T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급경사나 역구배 구간은 식생이 자리 잡기 어렵다는 점이 검토 때부터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발파석은 비탈면에 쌓아 보호공으로도 활용했는데, 그 과정은 토목 현장 암 절토와 발파에서 다뤘습니다. 암 비탈면은 발파가 끝났다고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노출된 암의 상태와 배수 조건에 맞춰 보호공까지 계획해야 합니다.

    대생토공법은 배수지 암 비탈면에서 시험시공부터 했습니다. 녹화공사는 종자 배합계획서를 내고, 시험시공은 감독 승인을 받아 진행합니다. 그날도 LH 검측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종자 무게를 달 저울을 가져오기로 한 협력업체 직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시공하던 인부 한 분이 바가지 하나를 들고 오시더니, 이걸로 무게는 다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자칫하면 검측이 통째로 틀어질 뻔했습니다.

    결국 저울이 도착한 뒤 씨앗을 종류별로 하나하나 무게를 달아서 검측을 통과했습니다. 기준에서도 종자 규격은 중량 단위의 수량과 순량률, 발아율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씨앗을 몇 g씩 섞었는지가 곧 배합이고, 그 배합대로 들어갔는지를 보는 것이 검측입니다. 그날 바가지로 검측을 받았다면 우리 모두 현장에서 쫓겨났을지도 모릅니다.

    배수지 대생토 시험시공 사진
    배수지 대생토 시험시공 사진

    대생토공법은 흙이 없는 암 비탈면에 시공하다 보니 토사 비탈면보다 발육이 더딘 편입니다. 같은 시기에 시공해도 떼나 CODRA 구간보다 푸르게 덮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립니다. 암 구간 녹화를 공정 뒤쪽으로 미루면 준공 때까지 녹화가 덜 된 채로 남을 수 있어서, 암 비탈면일수록 일정을 앞당겨 잡는 편이 낫습니다.

    CODRA와 구조물 보호공, 비탈면에 물이 보이면 물길부터

    경사가 급하거나 용수가 나오거나 풍화가 빨라서 녹화만으로는 표면이 버티지 못하는 비탈면에는 구조물 보호공이 들어갑니다. 격자블록은 소단배수구나 옹벽처럼 단단한 구조물에 지지시켜 아래에서 위로 쌓아 올려야 하고, 위에서 아래로 시공해서는 안 됩니다. 하단에 받쳐 줄 구조물이 없으면 별도 콘크리트 기초를 설계변경으로 넣어야 합니다. 격자블록을 이어서 붙이는 비탈면 길이는 10m 미만으로 제한하고, 그보다 길면 폭 1m 이상의 소단을 둡니다.

    콘크리트 뿜어 붙이기는 용수 처리가 관건입니다. 물이 나오는 면에 그대로 뿜으면 뒤에서 수압이 걸려 들뜨기 때문에, 내경 50mm 이상의 배수관을 0.25m 이상 천공해 꽂아 물길을 먼저 내줍니다. 두께는 가로세로 5m 간격으로 측정봉을 세워 관리하고, 검측공을 뚫어 확인했을 때 최소두께가 설계두께의 75% 이상, 평균두께가 설계두께 이상, 합격률이 80% 이상이어야 합니다.

    다만 비탈면에 물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구조물 보호공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송 현장에서 겨울에 비탈면을 둘러보는데, 비탈면 중간에 폭포가 얼어붙은 것처럼 물이 얼어 있었습니다. 비탈면 중간에 물길이 있다고 보고, 구조물 보호공이나 배수공처럼 물길을 잡을 수 있는 다른 공법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원인을 따라가 보니 물은 비탈면 안에서 솟는 것이 아니라 비탈면 상단, 지구계 밖에서 흘러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물을 산마루측구로 유도했더니 더 이상 비탈면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법을 바꾸지 않고 설계되어 있던 CODRA 공법으로 그대로 시공했습니다. 비탈면에서 물이 보이면 비탈면 자체를 손대기 전에, 그 물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산마루측구 이야기는 토목 현장 절토 사면 안전관리에서도 다뤘습니다.

    비탈면 보호공은 토공 마지막에 붙는 공종이라 늘 시간에 쫓깁니다. 그래도 줄떼와 평떼는 시기와 날씨를 맞추고, 대생토공법 같은 암 비탈면 녹화는 일정을 앞당기고, 비탈면에 물이 보이면 그 물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확인하면 준공 뒤에 다시 손댈 일이 줄어듭니다.

    이 글은 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며, 실제 시공은 해당 현장의 설계도서와 시방서를 따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