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택지조성공사에서 물량으로도, 기간으로도 가장 비중이 큰 게 토공사입니다. 다른 공종들이 시작되기 전에 부지의 기본 골격을 만드는 작업이라, 토공사가 제대로 안 잡히면 이후 도로, 상하수도, 구조물 공사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습니다. 공정 자체만 놓고 보면 백호우로 흙을 파서 덤프에 실어 운반하고, 도져로 성토한 뒤 롤러로 다지는 단순한 흐름입니다. 그런데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 토공사가 사실 가장 돈을 남길 수 있는 공종이기도 합니다. 상차 장비를 어떤 걸 쓰느냐, 운반로 현황이 어떤지, 덤프 대수를 몇 대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실행 비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송 1산단 현장에서는 상차 장비 규격별로 실제 상차하는 데 몇 분 몇 초가 걸리는지 직접 시간을 재서, 운반 거리별로 상차 장비를 다르게 배치했던 적도 있습니다. 지구내 운반만 있는 현장도 그렇지만, 특히 사토(현장 밖으로 흙을 반출하는 것)나 순성토(현장 밖에서 흙을 반입하는 것) 물량이 있는 현장은 덤프 조합 하나로 수익이 갈리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토공사에서 돈을 남겨야 다른 돈이 까지는 공종에 분산해서 채워 넣을 수 있고, 그래야 전체 현장의 실행이 맞아 돌아갑니다. 26년 현장 생활 중에서도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다뤄온 공종이 이 토공사인데, 다뤄볼수록 단순한 공정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절토, 설계고까지 파내려가는 작업
절토는 설계도서에 정해진 높이(설계고)까지 기존 지반을 파내려가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흙을 걷어내는 게 아니라, 파내려가는 순서와 사면 경사를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특히 절토 사면은 파내려가는 도중에 계속 안정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지반 상태에 따라 예상치 못한 용수가 나오거나 암반이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설계 단계에서 잡아둔 경사각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현장 상황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한 순간이 종종 생깁니다.
절토를 하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것도 나옵니다. 땅속에서 무연묘가 발견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지표면에 있으면 미리 식별하고 피해서 작업할 수 있는데, 땅속에 묻혀 있으면 파내려가기 전까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깜짝 놀라서 무섭기도 하고 어떻게 할지 몰라서 당황했었는데요. 이럴 때 절대 그냥 없애면 안 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는 연고자가 없는 분묘, 즉 무연분묘를 처리하려면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미리 공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고를 두 차례 이상 거쳐야 하고, 두 번째 공고는 첫 번째 공고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야 다시 할 수 있게 돼 있어서, 절차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발주처에서 미리 정해놓은 무연묘 처리 업체를 통해 이 정식 절차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해당 구간 작업이 그동안 멈춰야 하기 때문에, 공정표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늘 변수로 남는 부분입니다.
성토, 도로부와 블럭부는 다짐 방식이 다르다
성토는 절토와 반대로 흙을 쌓아 올려 설계고까지 높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택지조성공사에서는 성토 관리를 도로부와 블럭부로 나눠서 합니다. 도로가 들어설 구간은 층다짐으로 관리합니다. 일정 두께로 층을 나눠서 쌓고, 그 층마다 다짐을 하면서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국토교통부 도로설계기준(KDS 44 00 00)에서도 도로토공은 KDS 44 30 00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도로설계기준(KDS 44 00 00) 확인하기
흙쌓기부에서 포장 및 노상을 제외한 부분을 노체, 포장층 아래 약 1.0m 두께의 균일한 토층을 노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노체는 노상과 포장층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노상은 포장층에서 전달되는 교통하중을 지지해서 노체나 원지반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LH공사전문시방서에서도 노체와 노상의 다짐 기준을 구분해서 규정하고 있는데, 노체는 1층 다짐 완료 후 두께가 30cm 이하가 되도록 포설하고, 노상은 그보다 얇은 20cm 이하로 포설해서 다지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교통하중을 직접 받는 노상 쪽 층 두께를 더 얇게 잡는 이유는, 그래야 다짐 장비의 힘이 층 전체에 고르게 전달돼서 밀도를 더 확실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블럭(건물이 들어설 필지) 구간은 일반적으로 비다짐으로 관리합니다. 어차피 이후 건축 단계에서 별도로 기초 공사와 다짐이 이뤄지기 때문에, 택지조성 단계에서는 층다짐까지 요구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흙의 함수비(흙에 포함된 수분의 비율) 관리도 중요한데,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젖은 흙은 아무리 다져도 원하는 밀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로부 성토 작업 전에는 항상 흙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하면 살수를 하거나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 뒤에 쌓아 올립니다.
다짐, 노체보다 노상을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
다짐은 성토한 흙을 롤러 같은 장비로 눌러서 밀도를 높이는 작업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블럭 구간은 비다짐이라 실질적으로 다짐 관리는 도로부로 한정됩니다. 그리고 도로부 안에서도 노체와 노상은 요구되는 다짐도 수준이 다릅니다. 노상은 노체보다 층 두께를 얇게 잡는 것과 함께, 요구하는 다짐도 기준 자체도 더 높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흙이 잘 다져졌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시험을 거쳐서 숫자로 확인해야 합니다. LH공사전문시방서 부록의 품질시험 및 검사 기준을 보면, 노체와 노상은 각각 다짐(KS F 2312), 함수비, 현장밀도 시험을 토질이 바뀔 때마다, 또는 일정 물량(발생토취량 기준)이나 재료원마다 실시하도록 시험 종목과 빈도를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들밀도시험(현장에서 직접 흙의 밀도를 재는 시험)을 통해 다짐도가 기준치를 넘었는지 확인합니다. 다짐이 부실하면 시공 당시에는 티가 안 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도로가 서서히 가라앉는 부등침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는 특히 노상 구간 다짐 시험 결과만큼은 절대 형식적으로 넘기지 않고 매 층마다 꼼꼼히 확인합니다.
절성토 경계부, 실무에서 자주 터지는 지점
절토부와 성토부가 만나는 경계 구간은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지점입니다. 절토부는 원래 지반이라 상대적으로 단단한데, 성토부는 새로 쌓아 올린 흙이라 아무리 잘 다져도 원지반보다는 상대적으로 침하가 더 생기기 쉽습니다. 이 두 구간이 만나는 경계에서 침하량 차이가 발생하면, 그 위에 도로나 구조물이 시공됐을 때 균열이나 단차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절성토 경계부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층따기(경계면을 계단식으로 단을 나눠 깎아내는 방식)를 해서 성토층이 절토면에 확실히 맞물리도록 하거나, 경계부 흙을 더 꼼꼼히 다지는 식으로 별도 관리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절토, 성토, 다짐은 순서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각 단계마다 놓치면 나중에 반드시 티가 나는 작업들입니다. 절토 중 예상치 못한 무연묘가 나올 수도 있고, 성토는 도로부냐 블럭부냐에 따라 관리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특히 절성토 경계부처럼 두 작업이 맞물리는 지점은 시공 당시보다 몇 년 뒤에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기준을 지키며 시공하는 게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토공사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면 안전관리를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