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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공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공정입니다. 본 공사가 시작되면 다들 토공이나 구조물 진척에만 관심이 쏠리지만, 사실 그 아래 깔린 가설도로, 울타리, 임시전력 같은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현장 전체가 삐걱거립니다. 준공 시점에 화려하게 남는 건 구조물이지만, 그 구조물이 올라가기까지 몇 년을 버텨주는 건 결국 이런 가설 시설들입니다. 26년간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건, 가설공사에 신경 쓴 만큼 본 공사가 순조롭게 굴러간다는 겁니다.
가설도로, 현장 안의 동맥
가설도로는 공사 기간 내내 장비와 자재가 오가는 임시 도로입니다. 덤프트럭, 레미콘 차량, 굴착기 같은 중장비가 매일같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노선 하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하루 작업 동선 전체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택지조성공사처럼 부지가 넓은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기존에 차량들이 다니던 통행 도로가 현장 부지 안에 포함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도로 자체를 새로 시공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설도로를 내야하는 상황이 있고, 아직 택지 내 도로 공사가 안 끝났는데도, 착공 초기부터 아파트 시공사가 먼저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직 정식 도로가 없는 구간을 아파트 시공사 차량도 지나다녀야 하니, 임시로 가설도로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럴 때는 아파트 시공사와 가설도로 통행에 관한 협약서를 맺고, 별도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합니다. 통행 시간대, 노선, 유지보수 책임 같은 게 공사가 진행되면서 계속 바뀌기 때문에, 협의체를 통해 그때그때 조율하는 게 실무에서는 필수입니다. 협약서를 처음부터 꼼꼼히 써두지 않으면, 나중에 도로 파손이나 통행 우선순위를 두고 서로 책임 소재를 다투게 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저는 통행 조건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 분담까지 초기에 명확히 해두는 편입니다.
가설울타리, 안전·홍보·디자인까지 챙긴다
가설울타리는 기본적으로 외부인 출입을 막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공사장 소음이나 먼지로 인한 민원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가 무단으로 현장에 들어오는 걸 막는 최소한의 물리적 경계이기도 해서, 높이와 강도 모두 안전 기준에 맞춰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울타리 면에 디자인 시트를 시공해서, 단순히 가리는 용도를 넘어 지자체나 발주처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역 랜드마크나 조성 예정 단지 조감도를 시트로 인쇄해 붙여두면, 삭막해 보이던 공사장 담벼락이 오히려 지역 홍보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할 디테일도 있습니다. 방음 울타리(EGI 자재가 아닌 일반 철판 방음판)를 시공할 때 철판 두께를 0.6mm로 하면, 자재 자체가 얇아서 옆에서 보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보입니다. 겉보기에도 좋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두께를 조금 더 두는 쪽을 권합니다. 초기 자재비는 조금 더 들어도, 완성도와 유지보수 측면에서 결국 이득입니다. 물론 발주처가 동의를 해줘야 해 줘야겠죠. 그리고 디자인 시트 시공은 계절도 신경 써야 합니다. 여름철에 시공하면 철판 자체가 뜨겁게 달궈져서, 시트 접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착제가 제대로 붙기도 전에 열로 인해 들뜨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름 한낮은 피해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로 작업 시간을 잡는 게 낫습니다.

임시전력, 착공 초기에 미리 끌어놔야 하는 이유
임시전력은 한국전력에 신청해서 끌어와야 하는데, 신청부터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꽤 걸립니다. 서류 접수, 현장 실사, 공사 진행까지 절차가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 규모에 따라 필요한 용량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설사무실 전력은 물론이고 향후 투입될 장비와 조명까지 감안해서 미리 용량을 산정해둬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는 몇 개 동 안 되는 사무실만 생각하고 넉넉하지 않게 신청했다가, 나중에 야간 작업용 조명이나 양수기, 용접기, 특히 철근 가공 같은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용량이 모자라 증설 신청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착공 시점에 맞춰 바로 전기를 쓰려면, 현장 투입 전 신청 절차부터 밟아두는 게 안전합니다. 착공하고 나서야 신청하면, 정작 필요한 시점( 초기 임시 컨테이너 사용)에 전력이 없어 임시 발전기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발전기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 연료비도 만만치 않고, 소음과 배기가스 문제로 인근 민원까지 겹칠 수 있어서, 처음부터 정식 전력을 끌어오는 쪽으로 일정을 짜두는 게 여러모로 낫습니다.
결국 가설도로, 가설울타리, 임시전력 이 세 가지는 각자 성격이 다른 것 같아도, 하나로 묶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본공사가 시작된 뒤에 발목을 잡는다는 점입니다. 가설도로는 협약과 협의체로, 울타리는 자재와 시공 시기로, 임시전력은 신청 타이밍으로 - 결국 착공 전에 얼마나 앞서서 움직였느냐가 관건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 준비 과정이 얼마나 탄탄한지가, 몇 년을 이어가는 본공사 내내 은근히 영향을 미칩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장물 이설 실무를 다뤄보겠습니다.